PC방·노래방 “손님없어 힘든데 감염 진원지 낙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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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한 달에 1000만원씩 적자 노래방 “손실 줄이기 위해 영업” “정부 방역수칙 모두 지킬테니 영업중단 강제하지 않았으면…” 지난 12일 오후 2시 구로구에 있는 I피시방. ‘마스크 미착용 시 입장 불가합니다’ ‘매장 내에서도 계속 착용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입구에 붙어 있었다. 116석의 피시방은 텅텅 비었고 군데군데 마스크를 낀 손님 12명이 전부였다. 피시방의 방모 사장은 1L짜리 소독약 분무기를 들고 매장을 소독하고 있었다. 방 대표는 “손님이 줄면서 매출이 반 토막 났다”며 “은행 대출이 안 돼 땅도 내놓고 형제들에게 돈 빌려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방 대표는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수그러들지 않으면 피시방을 영업 정지한다는 말도 나오던데, 이렇게 죽자 살자 해도 결국 앉아서 망하는 처지가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12일 서울 구로구의 한 PC방에서 가게 주인이 소독용 분무기로 매장을 소독하고 있다. 이 PC방은 매출 급감으로 한 달 1000만원 안팎의 손실을 보고 있다. /장형태 기자

피시방·노래방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우한 코로나 탓에 매출이 급감하고 손실이 커지는 최악 불황에다 정부의 집중 단속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다수의 손님이 밀폐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런 장소가 집단 감염 사태의 고위험지로 지목받는 것이다. 지난 13일부터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피시방·노래방에 대한 전수(全數) 점검에 들어갔다. 우한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즉시 폐쇄조치 행정명령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한 달에 1000만원씩 손해 나는 피시방 같은 날 강남역 근처에 노래방 10여 곳이 몰린 한 골목. 5층짜리 건물에 있는 한 코인노래방은 ‘에어컨 공사로 저녁 7시부터 영업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주변 상가 주인은 “정부가 소비자에게 이용 자제를 요청하고 업주에겐 영업 자제와 같은 발언이 나오고 있지만, 이 골목에서 문을 닫은 노래방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마음 같아선 가게 문을 닫고 싶지만, 현실은 손실을 한 푼이라도 만회하려면 문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근의 R노래방은 영업 시간을 예전 ‘오전 11시~새벽 5시’에서 ‘오후 1시~새벽 1시’로 줄였다. 하루 70만원 하던 매출은 2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알바 3명을 고용하는 이 노래방의 김모 대표는 “영업 중단하면 월 700만원인 임차료를 모두 떠안아야 하는데 그럴 경제적인 능력이 없다”며 “돈을 벌겠다는 게 아니라 손해를 줄이려고 문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차료 문제만 해결되면 나도 자발적으로 문을 닫겠다”고 말했다. 구로구 I피시방의 수익·비용을 보면 월수입은 2000만원 이하로 떨어졌지만, 아르바이트 7명의 인건비와 임차료, 전기료 등 3000만원 안팎의 비용은 그대로다. 한 달 1000만원의 손해가 난다. 영업 중단하면 임차료만큼 적자다. 영업 중단하는 편이 오히려 손실이 적지만, 그렇다고 문 닫고 죽을 날을 기다릴 순 없다는 것이다. ◇”우리도 피해자… 죄인 취급은 억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피시방협회) 서울지부는 지난 13일 긴급회의를 열고 서울시가 요구하는 한 자리 띄어 앉기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통상 PC방은 친구들끼리 옆자리에 앉아 게임을 즐기는 문화지만 비상 상황인 만큼 이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동작구에 있는 F피시방의 김모 대표는 “점주에게 미성년자의 출입을 거부할 권한을 주면 자발적으로 학생들을 안 받겠다”며 “정부가 정한 방역 수칙을 모두 지킬 테니, 감염 전파지라는 낙인만은 찍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죄인 취급’은 억울하다는 것이다. 앞서 12일 박원순 서울 시장은 “개학 연기와 학원 휴원 등으로 갈 곳이 없어진 학생들이 노래방이나 PC방 등 이런 곳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집단 감염 사례 사태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시장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면서 피시방·노래방 업주들 사이에선 “서울시가 갑자기 영업 정지 명령을 내릴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팽배하다. 최근 동대문구의 한 피시방에서 우한 코로나의 집단 전염 사례가 나오면서 서울시가 이런 ‘명분’을 등에 업고 강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행정력으로 모든 피시방과 노래방의 영업 중단을 강제한다면, 그 순간 보상 문제가 불거진다”며 “영업 정지보다는 소독이나 환기, 거리 두기와 같은 행정 지도와 감독이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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