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다녀간 곳” 주홍글씨에 우는 식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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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여 전에 들른 업체들까지 코로나 앱에 그대로 남아있어 “방역하고 수저 다 바꿨는데 한번 찍히니 속수무책” 호소 과도한 동선공개로 사생활 침해도 보건 당국은 14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동선(動線) 공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환자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거주지 세부 주소, 직장명 등을 비공개로 하고 동선 공개 날짜 범위도 증상 발생 하루 전부터 격리일까지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동선이 공개됐던 확진자들과 그들이 다녀간 업체들은 여전히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길게는 한 달이 지났고 이미 소독 조치가 됐는데도 ‘코로나앱’이나 온라인상에 상호(商號)와 주소가 남겨진 업체들이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15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 한 국숫집에서 사장 김모(가운데)씨가 텅 빈 가게를 지키고 있다. 이곳은 지난달 27일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손님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장련성 기자

15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 일대를 지나자 확진자 동선을 알려주는 휴대전화 앱에 ‘경고 메시지’가 떴다. ‘확진자 경고! 현재 5번째 확진자가 활동한 장소에 근접해 있습니다.’ ‘(확진자는) 음식점(○○○떡볶이), 슈퍼마켓(××마트) 이용.’ 이 업체들은 지난 1월 30일 확진자가 방문했던 곳이었다. 확진자 동선을 선(線)으로 보여 주는 또 다른 앱에는 8000여명(15일 오후 4시 기준)의 이동 경로가 빽빽해 동선이 겹치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완치돼 퇴원한 환자의 방문지인 ‘○○마트 구리점’ ‘××토스트 구리○○○점’ 등 상호명도 그대로였다. 점주들은 영업 피해를 호소한다. 서울 관악구의 한 국숫집 사장 김모(56)씨는 최근 관악구청에 “동선 공개로 인한 매출 하락 대책을 제시해 달라”는 진정서를 접수시켰다. 이곳은 지난달 27일 확진자가 다녀가 일주일간 문을 닫았던 곳이다. 김 사장은 “방역을 마치고 문을 열었더니 하루 150만원 정도였던 매출이 5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최근엔 손님 발길이 끊겨 가게 문을 일찍 닫는다”고 했다. 지난 1월 22일 3번·6번 확진자가 다녀갔던 ‘한일관 압구정 본점’의 주차관리팀 직원은 “평소 하루 100대의 차량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5~6대 수준”이라며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어 별 변화가 없다”고 했다. 확진자가 거쳐 간 음식점들은 대부분 일주일간 임시 휴업을 하면서 방역 작업을 하고 숟가락과 젓가락까지 싹 바꾼 곳도 있다. 그러나 이곳 업주들은 “동선 공개로 한번 ‘코로나 음식점’으로 낙인찍히면 속수무책”이라고 하소연했다. 섣불리 공개한 확진자 동선이 허위로 드러난 경우도 있다. 국회의원을 겸하고 있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의원실 보좌관은 지난 12일 오후 박 장관 지역구인 서울 구로 지역 맘카페에 구로구 14번째 확진자와 관련된 글을 올렸다. 확진자로 지목된 사람이 거주하는 아파트와 방문한 마트, 카페, 분식집 등의 상호가 그대로 담겼다. 하지만 두 시간 뒤 구로구청이 공지한 내용에 해당 확진자는 보건소 외에 방문한 곳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 장관의 보좌관은 “혼선을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 글을 올렸다. 그는 본지에 “방역 작업이 예정된 곳의 목록을 확진자 동선으로 잘못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퍼진 상태였다. 피해를 본 분식집 직원은 “문의·항의가 너무 많아 이틀간 가게 문을 닫았다”고 했다. 카페 주인은 “이틀간 매출이 평소보다 40% 줄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려고 했는데 (보좌관이) 사비(私費)로라도 보상하겠다고 해 일단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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